창의성에 대하여

By | November 1, 2017

1.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 중 최고 수준의 학생과 음악 교사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이들이 음대에 들어오기 전인 18세까지 소화했던 연습량이었다.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7,410시간을 연습한 것으로 추정된 반면, 음악 교사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3,420시간 정도 연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이다.

2. 자연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 중의 절반은 노벨상을 받은 스승 밑에서 훈련을 받았고, 남들보다 적어도 두 배는 많은 논문을 써냈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20대 중반에 박사학위를 받아서 거의 40이 다 되어서야 노벨상에 해당하는 업적을 내놓는다. 보통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공통적으로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혹독한 훈련을 질릴 정도로 받는다.

3. 많은 이들이 “창의력” 운운하면서 기발한 발상의 ‘질적 경험’만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그런 질적 통찰의 배후에 어마어마한 지식과 훈련의 양적 축적이 있다는 점은 간과한다. 그러나 ‘많이’ 보지 않고 ‘새롭게’ 보기는 힘들다. 헤겔이 “양적 축적이 질적 변환을 초래한다”고 말한 것은 인간 지성에 관해서도 참인 것이다.

“내게 창의성이 있다는 생각은 남들은 모두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과 동치이다. 앞 시대를 살다 간 수 많은 천재들의 업적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창의성만을 기대하는 사람을 우리는 ‘아마추어’라고 부른다. ‘프로’는 먼저 수많은 천재들의 업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창의성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그리고 수많았던 천재들의 업적을 일이년에 이해할 수 없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인석, 선형대수와 군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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